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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유통기한 없는 영화 중경삼림 리뷰

by 알려드리겠습니다 2022.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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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에도 잘 어울리는 영화

홍콩영화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중경삼림입니다. 한때 홍콩영화는 액션 영화로 유명했는데 그 인기가 줄어들 때쯤 중경삼림이라는 로맨스 영화가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흔하디 흔한 로맨스 영화에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은 모두 극찬했습니다. 홍콩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와 등장하는 네 명의 인물들의 분위기가 너무나 잘 어울렸던 것입니다. 중경삼림은 1994년 개봉하였고 연출은 왕가위 감독이 맡았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왕가위 감독은 아비정전, 동사서독 등 유명한 홍콩영화를 연출하였습니다. 그의 페르소나는 현재 고인이 된 장국영과 양조위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는 장국영과 양조위가 자주 등장합니다. 금발인 가발을 쓰고 우비를 입은 여자, 즉 마약 중개자를 연기한 배우는 '임청하', 그런 여자를 좋아하게 되는 경찰 223을 연기한 배우는 '금성무', 과거 연인을 잊지 못하는 경찰 663을 연기한 배우는 '양조위', 그런 경찰을 좋아하게 되는 샐러드 가게 직원 페이를 연기한 배우는 '왕페이'입니다. 이 영화는 두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경찰 223과 마약 중개자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경찰 663과 샐러드 가게 직원 페이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푸른색 계열의 색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마치 비가 오는 날을 연상시키듯 여러 장면에서 물이 등장합니다. 그 덕분에 특유의 홍콩 분위기가 더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노란 우비와 파인애플 통조림, 집 열쇠와 유니폼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경찰 223은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방황합니다. 그는 헤어진 연인이 좋아했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서 먹으며 그 여자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파인애플 통조림의 유통기한이 딱 한 달 남은 것들로만 먹습니다. 유통기한이 한달인 것은 바로 그의 생일날이었고 그날까지 연락이 오지 않으면 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생일 전 날까지 연락이 오지 않아서 그는 한꺼번에 모든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으며 잊기로 합니다. 그리고 근처 술집에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어리석은 다짐을 합니다. 처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자를 좋아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때 들어오는 여자가 바로 마약 중개자인 것입니다. 경찰 223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며 그녀를 알아가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자는 바로 그전에 임무를 실패하여 쫓기는 신세가 되어 기분이 무척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경찰 223이 말을 걸어와도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그런 여자에게 경찰 223은 손수 구두를 닦아주고 그녀가 쉴 수 있게끔 자리를 피해 줍니다. 이별을 할 때마다 잊기 위해 조깅을 하는 경찰 223은 그날도 어김없이 조깅을 합니다. 그러던 중 삐삐 호출이 오는데 바로 그 여자가 생일 축하한다고 남긴 메시지였던 것입니다. 그 후 경찰 223은 그녀를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조깅을 멈춥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경찰 663이 아닌 페이입니다. 삼촌이 운영하는 샐러드 가게에 임시직원으로 온 페이는 샐러드 가게 단골손님인 경찰 663을 몰래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경찰 663에게는 스튜어디스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의 집 열쇠를 돌려주고 그에게 이별을 말합니다. 그의 집 열쇠를 샐러드 가게에 맡기고 떠납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혼란스러운 경찰 663은 집 열쇠를 바로 가져가지 않고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합니다. 페이는 그의 집 열쇠를 가지고 몰래 남자의 집에 들어가서 헤어진 연인의 흔적을 조금씩 지웁니다. 인형을 바꿔놓고, 새 수건으로 교체하고 청소도 해놓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헤어진 연인이 놓고 간 스튜어디스 유니폼도 입어봅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하게 경찰 663이 집에 오게 되고 둘은 남자 집에서 만나게 됩니다. 후에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 경찰 663은 페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페이는 거절합니다. 약 1년 후 남자는 경찰 일을 그만두고 자주 가던 샐러드 가게를 인수하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스튜어디스 유니폼을 입은 페이가 등장하여 둘은 재회를 하게 됩니다. 

환상적인 California Dreamin'

양조위 첫 등장 장면은 정말 놀랍습니다. 젊은 날의 양조위와 타이밍 좋게 나오는 노래 California Dreamin'은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립니다. 중경삼림 하면 이 노래, 이 노래하면 중경삼림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제곡인 이 곡은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번 등장합니다. 극 중 페이가 즐겨 듣는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샐러드 가게에서 일을 하며 듣고, 듣다가 혼자 춤도 춥니다. 결정적으로 남자의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걸린 그 순간에도 이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에피소드보다 두 번째 에피소드를 더 좋아합니다. 처음엔 양조위 배우를 보고 반했지만 나중에는 왕페이 배우가 연기한 페이 역이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집에 몰래 들어간다는 것이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이 귀엽게만 느껴졌습니다. 거의 다 쓴 비누를 새 비누로 바꿔놓는다던가, 어항에 물고기를 새로 넣는다던가 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그 남자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도 찾은 페이가 무척 대단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여행 가는 것만이 목표였던 페이가 스튜어디스가 되어서 남자의 앞에 나타났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그 남자와 꿈에 그리던 데이트마저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페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홍콩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분들께 중경삼림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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