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추리 소설과 영화
천재와 천재의 대결이라는 진부한 주제로 만든 영화는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많은 영화들 중에 최고의 영화는 바로 용의자 X의 헌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작은 동일한 제목의 일본 소설인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영화보다는 소설책이 더 재미있습니다.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선이 잘 드러나고 이야기의 흐름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재미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주인공들의 생김새나 표정 변화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작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에 의해 집필되었습니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추리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입니다. 영화는 2009년에 개봉하였고 연출은 니시타니 히로시 감독이 맡았습니다. 주인공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 역에는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 배우가 맡았고 수학 선생 이시가미 테츠야 역에는 '츠츠미 신이치' 배우가 맡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영화로 용의자 X가 있습니다.
천재가 만든 완벽한 알리바이
작은 도시락 가게를 하는 야스코는 딸 미사토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옆집에 사는 남자, 수학 선생인 이시가미는 그런 모녀와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였습니다. 어느 날 그런 둘의 집에 전 남편 토가시 신지가 나타나 둘을 괴롭힙니다. 괴롭힘을 참을 수 없던 야스코는 결국 토가시와 몸싸움을 하게 되고 옆에 있던 전선으로 토가시의 목을 조르게 됩니다. 처음으로 큰 소음을 들은 이시가미는 의문을 가진 채 야스코가 사는 옆집으로 찾아갑니다. 며칠 뒤 뉴스에는 대대적으로 한 사건이 보도되는데 넓은 공터에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소지품을 조사한 결과 그는 토가시 신지라는 남자였습니다. 그의 주변 인물 관계를 살피던 중 형사 우츠미는 그의 전처 야스코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야스코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심문을 하러 간 우츠미와 쿠사나기는 아무런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돌아오게 됩니다. 너무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 야스코를 오히려 수상하게 여긴 우츠미는 천재 물리학자인 유카와에게 사건을 의뢰하러 갑니다. 처음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던 유카와는 야스코를 조사하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야스코의 옆집에 사는 남자가 자신과 대학교 동창인 이시가미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유카와와 이시가미는 학창 시절 내내 천재라고 소문난 두 명이었기에 둘은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야스코의 알리바이가 너무 완벽한 것이 혹시 이시가미가 도와준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진 유카와는 직접 이시가미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이시가미와 달라진 현재의 이시가미를 보며 유카와는 자신의 결론을 말합니다. 토가시 신지를 살해한 사람은 야스코이고 이시가미는 그녀를 도운 공범이라는 것입니다. 며칠 뒤 이시가미는 자신이 범인이며 야스코는 관련이 없다고 진술합니다. 그는 혼자서 야스코를 좋아하여 그녀를 위해 토가시를 살해한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범인은 누구일까
야스코가 토가시를 살해하는 장면은 영화 초반에 나옵니다. 결국 실제 범인은 야스코인 것을 밝히고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중반쯤부터 정말 범인이 야스코가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확실히 야스코가 범인인데 밝혀지는 정황이나 나오는 증거들은 야스코를 다 피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은 이시가미의 천재적인 능력으로 경찰들의 대처를 한발 빠르게 준비해 놓았기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영화의 결론은 하나의 살인사건이 아닌 두 개의 살인사건입니다. 즉 야스코가 저지른 사건 하나, 또 하나는 이시가미가 저지른 사건입니다. 경찰이 처음에 공터에서 발견한 남자의 시신은 사실 토가시 신지가 아닌 이름도 없는 노숙자의 시신이었던 것입니다. 이시가미는 그 노숙자를 토가시 신지로 보이게끔 꾸며놓은 것입니다. 시신의 지문을 다 없애고 얼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끔 만들고 소지품을 토가시 신지의 것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실제 토가시 신지의 시신은 강에 버려서 찾을 수 없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야스코의 알리바이가 완벽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경찰이 찾는 살인사건의 시간은 야스코 사건의 시간이 아닌 이시가미가 새로 만든 사건의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두 사건을 합쳐서 한 사건으로 만들어 놓은 이시가미의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모든 전말을 알게 된 유카와는 이시가미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합니다. 수학에만 관심이 있던 이시가미에게 야스코 모녀는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수학에만 집중되어있던 그의 천재적인 능력을 그 둘을 위해 사용합니다. 경찰들이 할 질문을 예상하고 그에 맞는 대답과 행동을 알려주면서 그 둘을 용의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동시에 자신이 범인임을 확실하게 만드는 증거들도 준비해 놓습니다. 모든 결말을 알고 난 후 꽤 충격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두 사건을 하나의 사건처럼 보이게 만든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기 때문입니다. 영화 마지막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야스코의 고백을 듣고 난 후 이시가미는 오열합니다. 그 모습은 야스코가 사건에 대한 진실을 고백함으로써 자신의 희생, 헌신이 쓸모없게 돼버린 것에 대한 억울함이 아닙니다. 그저 이시가미는 야스코가 슬퍼하고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오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야스코에 대한 이시가미의 마음은 단순히 사랑이라고 하기엔 부족합니다. 자신을 포기하려 했던 이시가미에게 야스코는 유일하게 먼저 다가와준 사람이기에 그 존재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흥미로운 추리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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